Barnabas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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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

서울에서 만나는 에드워드 호퍼 전시.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티켓 예약 (인터파크), 주차정보 (정안빌딩), 작품에 대한 심각한 후기.

Barnabas Carlisle 2023. 6. 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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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장르
전시/행사
기간
2023.04.20(목)~2023.08.20(일)
장소
서울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

 

내가 좋아하는 몇 안 되는 작가 중 한 명인 에드워드 호퍼의 전시를 보기 위해 서울시립미술관으로 출발.

차를 끌고 갈 예정이라 주차장을 알아봤다.

모두의 주차장을 알아봤는데 어디 갈까 하다가 미술관 근처에서 발견한 정안 빌딩 주차장.

4천 원밖에 안 해서 예약했다. 혹시 시설이 안 좋을까 봐 검색했는데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운에 맞기고 출발.

휴일이어도 도로에 차는 많았다. 휴 역시 경부 고속도로는 그냥 무조건 막히는구나. 어쩔 수 없지. 약 50분을 달려서 도착한 주차장. 다행히 시설은 나쁘지 않았다.

좀 좁긴 했는데 그래도 주차하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미술관까지는 한 5분? 엄청 가까웠다. 미술관 가실 분들은 여기에 주차하세요.

물론 서울시립미술관에도 주차가 가능합니다.

주차정산은 최초 20분 무료이고, 5분 기준 400원 (주말 300원)이라고 합니다.

역시.. 저렴하진 않네요 ㅎㅎ

관람시간은 3~10월은

화요일 ~ 금요일 10:00 ~ 20:00

토, 일, 공휴일 10:00 ~ 19:00

이네요.

사람은 은근 있었다. 많지는 않았는데 은근. 그래도 이 정도면 선방이지.

서울 시림 미술관 건물은 언제나 봐도 멋있다. 한국에 있는 건물 중에 몇 안 되는 외국 건물처럼 보이는 곳.

처음에 온 게 팀 버튼 전시인데 여길 에드워드 호퍼 때문에 또 올 줄이야.

전시는 예약제로 진행되었다. 그래서 특정 시간에 몰리지 않고 어느 정도 텀을 뒀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와도 한꺼번에 몰리지 않아서 좋았다. 미리 인터파크 앱에서 시간을 선택하면 되었고 입장시간부터 30분 동안 입장이 가능했다.

그냥 그 시간 이후로만 오면 되는 줄 알았는데 아주 다행히도 12시 30분에 딱 맞게 도착해서 들어갈 수 있었다. 들어가서 QR코드가 필요하니 꼭 앱 받아서 준비하시길. QR 없으면 들여보내주지도 않는다.

놀이 기구처럼 잠시 줄 서서 대기하고 있으면 입장시켜준다. 기다리면서 들은 청천벽력.

2층, 3층 전시실은 사진 촬영이 안된단다. 오로지 눈으로 담아야 한다는 건데 뭐 사진 다 찍어서 블로그에 올려버리면 안 올 수 있으니 그런 거라 생각이 든다. 그래도 정말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는데 사진으로 못 담아 간다는 게 아쉬웠다.

기다리고 QR을 찍으면 입장권을 채워준다.

진짜 에버랜드 온 것 같네. 신난다~ㅋ 입구에서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고

전시회에 집중해 본다. 에드워드 호퍼의 젊은 시절 뉴욕에서부터 파리까지 그렸던 그림들을 볼 수 있었다. 각종 습작들과 그로부터 완성된 그림들을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이 습작들이라 아쉬웠지만 근데 또 그 습작 속에 담겨있는 연필 터치 하나하나를 볼 수 있어서 더 좋았다. 그리고 그 연습으로 만들어진 결과물들을 바로 볼 수 있다는 게 좋은 기획이었다.

중간중간 정말 마음에 드는 그림들이 있었다.

(Stairway) 계단

1949

계단 (Stairway, 1949)

색감이 마음에 드는 그림이다. 사실 그림 속에 보이는 색깔은 많지 않다. 그러데이션을 보면 다양한 색이 있지만 큰 개념으로 본다면 노란색 초록색 하늘색 갈색. 약 4가지의 색으로 이런 다채로운 색을 가진 그림을 그려냈다는 것에 리스펙트 해주고 싶다. 색의 채도가 낮아서 차가워 보이는데 한편으로는 편안해진다. 문을 보면 나가고 싶은 게 정상일 텐데 이 그림 속에 있다면 그냥 계단에 앉아 밖을 계속 보고 싶게 하는 그림이다.

(Study for Stairway)

1949

앞에서 본 계단을 그리기 위한 습작의 모습.

아마 바깥은 숲이 아니라 어느 건물이었나 보다. 습작만 보고도 어떤 건물일지 상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습작이 좋은 이유는 나중에 완성될 그림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졌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처음에는 단순한 연필의 선이 계속 더해져서 하나의 형태를 만들어 나가는 게 재미있다.

어떤 선은 진하고 어떤 선은 연하고 이 다양한 종류의 선이 한 번에 합쳐져 그림으로 이어져 나가는 게 재미있었다.

(Railroad Sunset)

1929

이 그림은 아마 누구나 좋아할 만한 그림이지 않을까 싶다.

아마 그의 그림들 중에서 가장 명확한 색을 가진 그림이지 않을까 싶다.

저 노을 끝에 있는 저 붉은색을 본 게 이 그림이 유일하다. 경험상.

다양한 색깔이 그러데이션으로 펼쳐져 있는 그림이 눈을 즐겁게 한다.

재미난 건 이렇게 다양한 색깔이 있는데 한편으로는 굉장히 쓸쓸함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화려함과 쓸쓸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그림이다.

(Seven A.M.)

1948

그림에서 이상하게 평화로움이 느껴진다.

어느 시골길을 걸어가다가 우연히 이런 가게를 보게 되면 괜히 한 번 더 쳐다보게 되는 느낌?

무엇을 파는진 모르겠지만 그게 얼마나 나에게 필요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번 들어가서 구경하게 만든다.

그것이 왜 평화로움인지는 모르겠지만 안정적인 느낌을 주고 거기서 평화를 느끼는 것 같다.

(Study for Nighthawks)

1941 or 1942

아마 에드워드 호퍼를 아는 사람은 모두 알만한 작품. 한글로는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작품을 보러 왔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작품은 볼 수 없었다.

그냥 조금 검색해 봤는데 이번 전시는 휘트니 미술관과 협업을 한 것인데 우리가 보고 싶은 작품은 시카고 미술관에 있다. 아마 같은 미술관이 아니라서 이번 전시에 함께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싶다. 이런 그나마 습작으로 위로를 받아야 하나.

현재 시카고 미술관에 있는 그림을 보면 인물의 배치나 색깔이 정말 완벽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을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와 멋지다'라고 생각이 드는 작품. 어두운 거리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가게.

전반적으로 푸른색이 도는 이 그림에서 묘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무엇보다 그 시절 도시의 분위기를 잘 담아둔 그림 같다.

그 시대에 살지 않았지만 그때의 도시는 저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싶다. 자꾸 저 그림 속에 인물들에게 빙의가 된다는 게 참 상상력을 자극한다.

아무튼 이번 전시에 이 그림은 없다.

이 그림을 완성시킨 습작만이 있을 뿐.

습작은 완성된 그림의 비해 작다. 완성본은 가로가 조금 길어졌는데 습작은 좁은 가게다. 그리고 좀 더 실제 있는 가게를 그린 듯한 느낌이 든다.

완성본에 비해 떨어지지만 그 자체로도 괜찮아 보이는 작품이다.

(City Roofs)

1932

약간 스파이더맨 영화에서 본 건물의 옥상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그림 역시 실제로 그곳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줘서 좋았다.

뜨거운 햇빛이 위에 있는 듯한 열기가 느껴지는 그림이다.

그런 열기를 갈색빛으로 나타낸 것에 한 번 더 감탄했다.

재밌는 건 바로 오른쪽에 있는 돌멩이라고 할까? 입구를 자세히 보면 명암을 표현하기 위해 단순히 다른 색으로 칠했다.

가까이서 보면 그냥 두 가지 색을 칠한 건데 멀리서 전체적으로 보면 자연스럽게 명암이 되었다는 것에서 내가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는 느낌을 받아서 혼자 웃은 기억이 든다.

(Apartment Houses, East River c.)

1930

강가에 쭉 이어진 아파트 그림. 원래는 강과 숲이었던 곳을 싹 밀고 그 위에 회색빛 건물들이 놓여있는 게 도시화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어찌 보면 다른 작품에 비해 색깔적으로 보이는 건 없지만 강과 아파트라는 게 인상이 남았다.

(Self-Portrait)

1925–1930

호퍼의 자화상. 일단 본인 얼굴을 그리는 데 5년이나 걸렸다는 게 좀 놀라웠다 본인 얼굴이라 시간과 정성을 쏟은 건지 아니면 본인 얼굴은 언제나 그릴 수 있어서 잠시 미뤄둔 건지. 나름의 장기 프로젝트였다. 그의 얼굴은 그냥 딱 전형적인 미국 중년 남성. 눈이 더 간 건 그의 옷이다. 초록과 파란색 패션의 조화가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옷도 잘 입으시네 ㅋㅋ

(A Couple Dancing c.)

1917-1920

이건 다른 작품과 다르게 수채화로 그렸다고 한다. 에드워드 호퍼가 단순히 색깔을 잘 표현한 것뿐만 아니라 수채화도 잘 그렸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실 유화로 그림을 그려본 적은 없지만 수채화는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많이 했었다. 그러다 보니 조금 더 그림을 이해하기 쉬웠는데, 수채화로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단순히 흑과 백이지만 어떤 부분은 연하게 어떤 부분은 진하게 표현한 게 흥미로웠다.

(The Dories, Ogunquit)

1914

이건 유난히 시원하게 표현된 느낌이 있다. 그전까지는 어둡거나 약간 파스텔 톤의 그림이 많았는데 이건 유달리 진한 파란색을 표현하신 것 같아 이쁘게 보였다. 그리고 그전까지는 계속 도시의 모습이 많이 보였는데 자연의 모습을 표현한 그림, 특히 바다를 표현한 그림은 처음 봐서 더 관심이 갔다. 그림이라서 그런지 세세한 표현보다는 느낌에 충실한 것 같다. 그래서 명확히 저게 어떤 건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그런 게 이럴 것이라는 상상력을 자극해서 더 좋았다.

(Après-midi de juin or L'après-midi de printemps)

1907

이 그림은 정말 그냥 봐도 누구나 좋아할 만한 색깔의 그림. 물론 내가 제일 좋아한다. 요즘 저런 노란빛이 끌리고 있었는데 그 색깔을 명확하게 표현했다. 심지어 1907년에 저런 색깔을 냈다는 게 더 놀랍기도 했다. 저런 색이 100년 전에 나왔다니 옛날 것에서도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했다. 사실 저 그림을 가까이서 보면 그저 물감이 칠해진 것처럼 보인다. 근데 그걸 멀리서 보면 하나의 형태가 되고 그림이 된다는 게 신기하다. 그림을 그리면서 하나의 물감 터치가 계속 더해져서 한 폭의 그림을 그린다는 거니까. 저기 멀리 사람으로 보이는 것도 사실 그저 하나의 물감 뭉치에 불과하다. 하지만 여기서 볼 때 마차가 있는 것 같은 게 나의 상상력 덕분인 것도 있지만 그만큼 잘 표현한 덕분이지 아닐까 싶다.

(Stairway at 48 rue de Lille, PairsAprès-midi de juin or L'après-midi de printemps) 1906

이 그림은 호퍼가 파리에 있을 때 그린 그림이다. 그림 전체가 같은 브라운 톤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각각 다르게 표현되어 있는 것도 알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저 계단의 표현. 가까이서 보면 계단은 하얀색 선이 그려져있고 색깔의 차이를 살짝 둬서 계단이라는 것을 표현했다. 사실 그냥 갈색 배경에 하얀색 선인데 저걸 계단으로 표현했다는 점. 저걸 저렇게 표현했다는 게 미술을 모르는 나에겐 되게 창의적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갈색과 붉은색의 조화가 원래 있던 곳의 색깔 배치가 좋아서 그런지 몰라도 색의 조화가 잘 되어있는 것 같다.

(Steps in Paris)

1906

이것도 파리에서 그린 그림. 역시나 계단을 그린 건데 여기서도 색깔을 진하게 해서 계단을 구분 지었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던 계단이라면 각진 형태가 되어있을 텐데 그림에서는 사실 그렇지는 않다. 약간 뭉개서 표현했는데 저절로 계단이 생각날 만큼 잘 그렸다고 생각이 된다. 그냥 간단한 붓 터치일 텐데 저렇게 결과물이 나온다니 신기하다. 전체적인 조화로운 색깔의 그림을 그리는 것도 신기. 위치 선정을 잘하는 건가 아니면 잘 그려낸 건가. 이러니 그가 천재적인 화가인 게 아닐까 싶다.

https://whitney.org/artists/621?page=1

사진을 못 찍어서 아쉽지만 위에 사이트를 가면 그의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게 함정.

그래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게 훨씬 더 메리트겠지.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정말 색깔을 잘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채로운 색깔을 쓰는 것 같지 않은데 막상 결과를 보면 나름의 색감이 느껴져서 좋았다. 보면 볼수록 역시 화가는 화가구나…라고 느껴졌다. 어두운 곳을 그릴 때는 한없이 어두워지게 표현하면서 밝은 풍경을 그릴 때는 세상 밝게 그리는데 계속 감탄하면서 봤다. 그리고 가까이서 보면 그냥 뭉툭한 잉크 덩어리로만 보이는데 멀리서 보면 또 멋진 그림이 된다. 그래서 계속 멀리서도 봤다가 가까이서도 봤다. 시점을 다르게 할 때마다 다르게 보인다는 점이 눈을 못 떼게 했다.

전시회 특성상 굳이 줄을 서지 않아도 되지만 이미 몇 분들이 줄을 서고 있기 때문에 중간에 그림을 보러 들어간다면 새치기하는 기분이라 그냥 줄을 서서 봤다. 미술관에 왔으니 그에 맞는 애티튜드를 갖춰야 하니까? ㅎㅎ

전시는 3층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2층으로 내려가고 1층으로 내려갔다. 처음 시작은 그가 처음 활동했던 뉴욕. 이후에는 파리 등등 그의 행적에 맞춰서 전시가 되어있었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1층은 조세핀 호퍼의 전시실로 꾸며져있었고 에드워드 호퍼가 작가가 아닌 일반 삽화가 시절에 만들었던 삽화가 있었다. 그나마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바로 손이 올라갔다.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작품인데, 수위가 좀 셌다ㅎ

그렇지만 뭐라도 남기고 싶어서 찰칵.

역시 이래서 전시회에서 사진 찍지 말라고 했나 보다 ㅋㅋ

아래 그림들은 에드워드 호퍼가 화가로 성공하기 이전에 20여 년간 광고 삽화, 잡지 표지 디자인, 출판물 삽화 등을 그린 것을 전시해놨다. 역시나 그의 작품답게 색깔의 표현을 잘 해놨다. 인물들을 상세하게 표현하는 듯하면서 생략할 것은 잘 생략했다. 삽화를 맡겼던 기업도 아주 만족스러워하지 않을까 싶다.

Cover illustration for Bulletin of the New York Edison Company

1906–1907

New York and Its Houses

c. 1906–1910

(A Theater Entrance)

1906–1910

아래 그림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

에드워드 호퍼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인 선의 디테일이 아주 잘 나온 것 같은 그림이다. 그림을 가까이서 보면 선이 여러 개가 그려져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선의 명암만으로도 저런 그림을 완성시킬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반드시 유화나 수채화 같은 물감이 있어야만 그림이 그려진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 않고 단순히 저런 선의 명암으로도 가능하다는 게 재밌었다. 저 인물의 손짓이나 표정도 눈에 명확히 보이는 것도 참 그림을 잘 그린다는 생각이 한 번 더 들었다.

마지막엔 그의 인터뷰 영상이 있었다. 거가까지 궁금하지 않아서 보지는 않고 나왔다. 전시회의 완성은 굿즈.

자석, 우산, 티셔츠 등등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고른 건 엽서였다. 재미있는 게 내가 와 괜찮다고 느낀 그림들의 엽서가 다 있었다.

진짜 사람들 취향은 비슷하구나 느낌. 한 장당 2천 원이나 하지만 그래도 언젠간 여기에 편지를 쓰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4장 구매했다.

오랜만에 보는 전시라 정말 좋았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작가여서 더더 좋았다. 그의 작품이 더 많았으면 좋았겠지만 그건 어쩔 수 없지 ㅋㅋ 다음엔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를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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